(230509)은행 규제 강화의 의미 - 오건영 에세이
지난 주 고용 지표 발표 이후에 다시금 “노랜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죠. 미국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그런 기대감입니다. 그런데요.. 지금의 높아진 물가를 감당하면서도 탄탄한 소비를 이어갈 수 있다면… 경기 침체를 피해갈 수 있다면… 굳이 연준이 피벗을 해야할까요.. 이 타이밍에서 나오는 얘기가 2019년의 사례죠. 당시에도 실업률이 거의 반세기 최저 수준으로 붙고 있었지만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를 우려해서… 그게 미국 경제에 닥쳐올 역풍을 미리 예상해서 기준금리를 낮춘 바 있죠.. 이걸 감안한다면 피벗이 가능할 것이다.. 라는 기대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당시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강했기 때문에… 그 늪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죠. 당시의 트라우마는 40년 동안 잠들어있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언제든 지근거리에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없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여전히 끈끈하게 버티고 있는데… 선제적인 통화 완화를 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상당히 강합니다. 선제적인 통화 완화를 기대하면서 자본 시장은 매우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피벗 기대감의 급격한 변화 리스크를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채널은 두가지일 겁니다. 하나는 직접금융시장을 통해서 공급하는… 말씀드린 주식 및 채권 시장과 같은 자본 시장이구요.. 다른 하나는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시장이 되겠죠. 그리고 이런 민간의 금융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걱정은 없습니다. 연준이 통화 정책을 통해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고, 미국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서 경기 부양을 진행할 수 있겠죠. 그리고 연준이 공급한 자금은 은행으로 흘러들어가서 은행은 말씀드렸던 간접금융시장 루트… 이걸 대출이라는 형태로 시중에 뿜어줄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금의 가장 큰 이슈는 은행의 대출이죠. 전일 연준의 대출 서베이를 봐서도 아실 수 있겠지만 실제 미국 은행들의 대출 태도는 빠르게 강화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첫째는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일 겁니다. 은행들 무너지는 거 아냐… 라는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있죠. 그리고 뱅크런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뱅크런을 인지하고 대응하려면 이미 늦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뱅크런 기미가 나타날 때 움직일 게 아니라 미리 현금을 쟁여두는 수 밖에 없죠. 예금을 받아도 대출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예금 들어오는 것도 어렵겠지만.. 그렇게 예금이 들아와도 대출을 해주지 못하니 수익으로 연결이 되지 못하는 것이죠.
여기에 추가로 지난 4월 말에 발표된 연준 부의장의 은행 감독 관련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죠. SVB사태를 감독하면서 연준이 범한 실수에 대해서 적고 있는데요… 이 반성문의 끝에는 이제라도 은행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게요.. 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잠시 기사 인용해보죠. 매우 중요한 기사인 만큼 꼼꼼히 읽어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이런 판단은 상황이 악화하고 SVB의 안전·건전성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대두됐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규제는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3두 체제다. 이들 기관은 SVB 사태가 터진 뒤 각종 위험 징후를 놓쳤다는 이유로 모두 비난을 받았다.
바 부의장은 연준이 은행의 위험과 취약성을 더욱 신속하게 식별하도록 은행 감독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별도 성명에서 SVB 붕괴 이전에 은행 경영진이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고, 연준도 문제를 확인하고도 충분히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자성하면서 "우리가 배운 것을 토대로 연준의 감독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 고위 관계자도 은행 규제는 물론 금리 위험, 유동성 및 자본 요건 등에 대한 규칙 강화에 대한 연준의 광범위한 검토를 언급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날 보고서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을 내고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나는 우리의 규칙과 감독 관행을 다루기 위한 바의 권고를 지지·동의하며 그것이 더 강력하고 탄력적인 은행 시스템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미주중앙일보, 23. 5. 1)
일단 첫문단에는 연준도 겁나 욕먹었다는 얘기가 실려있습니다. 핵심은 두번째 문단인데요, 결국 연준의 (은행)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특히 이렇게 방만한 대출 혹은 투자가 진행되도록 만들어놓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규제 완화가 문제였다는 점도 이번 보고서에서는 부각이 되었는데요… 그럼 당시 규제 완화의 수혜를 받았던 중소형 은행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겁니다. 가뜩이나 예금이 안들어와서 대출해주기 어려운데.. 뱅크런이 날까봐 대출해주기 어려운데.. 감독까지 강화되니… 중소형 은행의 대출은 더욱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겠죠.
은행의 대출이 위축되면 중앙은행이 나서야 할 겁니다. 그런데 연준은 이미 금리를 5~5.25%로 끌어올린 상황이구요… 여전히 양적 긴축을 진행하고 있죠. 물론 금리 인하 이전에 양적긴축부터 멈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아직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연준이 빠르게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조용히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은데.. 문제는 다들 연준 피벗을 이렇게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니…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겠죠.
연준이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면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바이든 행정부도 제 코가 석자죠. 부채한도 문제로 인해 신음하고 있죠. 한가지 말씀드릴 부분은요… 부채 한도 문제가 원만히 통과된다고 해도 재정 지출 축소에 대한 압박은 훨씬 더 강해질 겁니다. 그럼 재정 적자를 마구 발생시키는 경기 부양에 나서기 어렵게 되겠죠. 결국 은행, 연준, 그리고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모두 어려워진 상황인 겁니다. 그래도 자본 시장이 남아있지 않느냐.. 라는 말씀이 가능한데요… 이 자본시장이 피벗에 대한 기대를 과도하게 머금고 있다면 유동성 공급 루트로서의 역할에 일정 수준 제약이 생길 수 있겠죠.
노랜딩 기대를 너무 키우는 것보다는 실물 경기 둔화 가능성을 함께 보시죠.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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