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보다 지속이 훨씬 특별하다
복리의 신봉자 워런 버핏은 '1)돈을 잃지 말라 2)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말라’라는 두 가지 원칙을 오랫동안 고수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런데 원칙의 간결함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했다는 측면이 그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는 1930년 생이어서 70년대 석유파동, 80년대 블랙먼데이, 90년대 걸프전쟁과 외환위기, 2000년대 닷컴 버블과 911, 엔론사태와 서브프라임, 2010년대 유럽발 디폴트 사태, 그리고 2020년대를 시작하자 닥친 COVID 사태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기를 극복했는데 정말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
나이 90에 들어서면서도 코인과 메타버스는 단호히 거부하고, 애플을 과감히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올리는 등의 통찰을 보인 그는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자신의 원칙을 충족시키는 주식에는 30년이상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꾸준함은 평범한 사람들이 바라보기에는 너무 위인전 속 이야기,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다. 좀 현실적인 이야기를 살펴보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새해 결심이나 수시 계획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며 이 때 '시작은 반이다'라는 말은 보편적 진리로 통용된다. 일단 결심하면 사람은 관성대로 갈 것이므로 이렇게 시도를 늘리는 전략은 현실속에서 많이 추구된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목표금액을 위해 재테크에 돌입한다. 시작은 그렇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 텔레스가 'Well begun is half done.'이라고 했을 정도로 어떤 일을 시작할때의 부담을 낮춰주고 실제 효과를 촉진하는 효과로 자주 사용되었다. 그런데 고대 중국과 로마 시대에도 새해 결심을 했다는 문헌이 있을 정도로 인류는 변화를 위한 결심을 수천년째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습관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것 같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기 위해 도전하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며, 5년 생존율도 28.5%로 낮다. 시작을 했지만 생존율이 반은 커녕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큰 기업은 좀 다르지 않을까?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로 유명한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대표로 이야기했던 11개 기업 중 8개 기업이 망하는 것을 보고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How the mighty fall'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개인의 경우도 비슷해서 다이어트 요요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나심 탈레브가 '행운에 속지마라'에서 지적한 것 처럼 '생존 편향'이 작용해 일부 소수의 영웅 스토리에 혹할 수 있지만, 원칙으로 오래 가는 부자는 찾기 어렵다.
불확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렵다. 오늘의 과업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내일 해야 할 일이, 그리고 다가오는 다른 하고 싶은 이벤트들이 정말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삶에 자리잡게 하기를 거부한다. 영어공부도, 운동도 잠깐 뿐이다. 혹은 영어공부나 운동을 제법 오래 한 사람들도 업무나 인간관계에서는 그런 꾸준한 향상을 적용하지 못하곤 한다. 사업에서도 기존의 비결이 내일의 장애가 되며 조직 부채로 서서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어쩌면 이것은 자연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시작을 지속으로 이어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방송인 이상용씨는 과거 MBC의 병영 위문 프로그램인 우정의 무대 진행자로 장기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그는 가망이 없어 생매장 당할 정도의 미숙아로 태어났고, 5살까지 누워있다가 6세에 겨우 걷기 시작했으며 어릴때 아버지가 매일 학교까지 가방을 들고 가줘야 할 정도로 허약했지만 매일 운동을 하며 건강을 키웠고 고등학교 진학당시 드디어 '평범한' 아이들 수준의 체력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보디빌딩을 시작해서 고3 시기엔 '미스터 대전고등학교'를 수상했고, 근육이 소문나 주먹 써클 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재학 당시 살인적인 체력이 필요한 고려대학교의 응원단장을 맡기도 하고, 대학 보디빌딩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다양한 사회경험 끝에 진행자로 진로를 잡은 그는 밤무대에 출연하지 않았고, 인지도가 없었으니 CF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유일한 소득원이 출연료였고 이것으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서 불러줘야 하는데 키 크고 잘생긴 사회자와 경쟁을 이기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매월 50권 가량을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음담패설만 3만개 이상 메모하며 현장에 강한 방송인이 되려고 노력했고, 행사 한 번 할때마다 200개씩을 특별히 추려가며 매 회차의 방송을 준비했다. 그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행사에 제일 먼저 달려가며 성실히 하루하루를 임했고 비정규직 스탭으로 6개월간 일하다가 그를 눈여겨본 PD에게 'MC가 부친상을 당했는데 네가 진행할 수 있어?'란 말에 밤새 대본을 외워 다음날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드디어 기회를 잡는다.
1944년생인 그는 꾸준한 활동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얼마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삶의 비결을 밝혔다. '매일 역기를 들었다. 70대 이후로는 힘이 들어서 요즘은 40kg짜리를 매일 700개씩 하고 있다. 50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 운동을 했더니 저절로 건강이 유지되었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단 한 번도 방송사고도 지각도 낸 적이 없다. 스케줄 전날 일기예보에서 눈이 올수도 있다고 하면 전날 밤에라도 가서 근처에서 묵었다. 그리고 지금도 일주일에 4-5권 정도는 책을 읽는다.'
꾸준함이란 이런것이다. 시작보다 지속이 훨씬 더 특별하다. 시작의 뒤에 시도란 이름으로 숨지 말자. 프로는 결과로 이야기하고, 수많은 실패로 배움을 쌓아가며 그 곳에 다가간다. 쉬지 않고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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