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8)일본의 긴축 전환은 필연인가? - 오건영에세이
오늘은 일본 얘기를 해드려볼까 합니다. 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일본 증시도 힘을 받았죠. 엔 약세는 일본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일본 수출 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주죠. 그리고 해외 수출을 통해 벌어든 달러로 더 많은 엔화 수익을 가져올 수 있으니 환차익이 고스란히 이런 수출 기업들에게 반영될 거니다. 이는 일본 수출 기업들 주가에 상당한 도움을 주게 됩니다.
지난 해에도 엔 약세가 나타났는데…. 그 땐 왜 일본 주식 시장이 버벅거렸는데… 이번 엔 약세는 호재인가… 결국 미국 경제가 어떤지가 보다 중요하겠죠.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강했을 때는 엔 약세가 나타나도 사려는 사람들이 고전하다보니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얘기가 좀 다르죠. 미국인들의 강력한 소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금의 엔 약세는 일본 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겁니다. 그리고 다른 국가 통화 대비 엔 약세를 볼 필요도 있는데요, 지난 해 달러 당 140엔을 넘어설 때 달러원 환율은 1400원 수준이었죠. 지금은 1270원 수준입니다. 원엔 환율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915원 수준을 가리키는 원엔 환율을 보면 엔화가 다른 국가 통화보다도 약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미국 경제가 양호한 상황에서 다른 국가보다도 유!독! 약한 엔화.. 이게 지금의 포인트가 될 겁니다.
그런데 엔화가 이렇게 약하면 결국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되겠죠. 높은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이어지게 되면 일본 내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리스크가 커지게 됩니다. 인플레 고착화는 예상보다 높은 금리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을 말하는데 일본처럼 국가 부채가 많은 국가에 있어서 고금리 장기화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죠.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일본 입장에서도 상당히 경계해야 할 이슈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엔 약세를 막고 인플레 기대 심리를 잡아야 할텐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일 겁니다. 지금 일본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죠.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상 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에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 엔 약세를 보다 자극하게 될 겁니다.
미국은 5%의 기준금리를, 일본은 -0.1%의 기준금리를 나타냅니다. 이 둘 사이의 갭이 좁혀지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죠. 하나는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디플레의 늪에 오랜 기간 빠져있었기에 금리 인상에는 신중할 수 밖에 없겠죠.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2000년, 2006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 전략을 진행해다가 닭질을 해보았던 일본 입장에서는 상당히 꺼려지는 케이스일 겁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 금리가 내려오는 방법입니다. 이게 사실 지난 해 엔 약세에서 일본을 구한 호재였는데요… 미국 금리 인상이 막바지라는 기대감.. 미국 금리가 지금은 높지만 향후에는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딜레마에 빠져있던 일본 중앙은행에 숨통을 틔워주었죠. 그렇지만 지금 분위기는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고… 금리 인하로 돌아서기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그럼 일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제 완화를 풀고 긴축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요?
일단 일본은행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기 때문에 지금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풀 생각이 전!혀! 없다.. 라고 말합니다. “일시적”이라는 단어가.. 참.. 저 역시 곤혹을 치루었던 단어인지라 애매합니다만… 일단 이렇게만 받아들이시죠. 일본이 긴축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라구요. 저 역시 인정합니다. 그럼 일본은행이 움직일 가능성은 없네.. 라는 생각이 드실 건데요… 여기서 긴축과 완화의 경계가 참 애매하다는 고민에 봉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 해 12월 일본은 기습적으로 0.25%였던 YCC의 상단을 0.5%로 끌어올렸죠. 시장이 한 차례 술렁였습니다. 이건 긴축 전환일까요? 네버겠죠… 완화 속에서… 그 완화의 강도를 살짝 낮춘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 10년 국채 금리를 0.5%로 고정시키는 YCC를 시행하고 있죠. 이게 일본 완화정책의 핵심일 겁니다. 양적 질적 완화도 병행하고 있지만 결국 이런 양적완화는 YCC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하면 큰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죠. 일본은행이 긴축이라는 말을 쓴다면.. 어떤 변화를 주어야 긴축이 되는 걸까요.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고… YCC도 폐지를 해야할 겁니다. 그쵸.. 만약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 YCC만 폐지한다면 긴축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금 혼란스럽죠.. 자.. 그럼 하나만 더 가죠. 현행 0.5%로 되어 있는 YCC금리 타겟을 0.75%나 1.0%로 올리는 것은 긴축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YCC타겟을 10년 금리에서 5년 금리로 바꾸는 것은 긴축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겁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죠.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을 할 때 갑자기 하루 아침에 YCC와 마이너스 금리를 동시에 폐지합니다!!라고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란 겁니다. 우선 YCC를 살짝 손보고… YCC금리를 계속 끌어올리거나 단기 금리 영역으로 붙여가겠죠. 그리고 어느 순간에 YCC를 폐지하고.. 그 다음에 마이너스 금리를 정리하게 되지 않을까요? 네.. 미국도 긴축 전환을 할 때 테이퍼링을 할지에 대한 계획을 논의해보겠다.. 라는 식의 뺑끼를 치는 것을 봤는데요.. 일본 역시 역사적인 긴축전환인 만큼 상당히 많은 스텝을 밟으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 봅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4월 취임할 당시 긴축 전환에 대한 고민을 위해 16개월 이상의 시간을 두고 보겠다고 했죠. 23년 4월에서 16개월 이상을 보면 24년 말 정도에나 긴축 전환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럼 뭐.. 일본 엔화는 영원히 약세겠네.. 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푸는 것까지 달려가는.. 이른 바 정녕 긴축이 그 단계까지 고민이 되겠죠. 그 안에도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엔 약세에 딴지를 걸기 위한 미세 조정은 가능할 겁니다. 미세 조정?? 네.. 0.25%였던 YCC상한을 0.5%로 인상하는 것도 그런 미세 조정 중 하나가 되겠죠. 그럼 0.5%였던 YCC의 상한을 소폭 추가 인상하는 것은 긴축 전환이 될까요.. 아니면 완화 속에서 약간의 미세 조정을 하는 것이 될까요? 시장은 후자에 중점을 두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일본 중앙은행 부총재의 YCC 상한 조정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수 있다는 코멘트가 나간 이후에 이번 7월 말 일본금융정책위원회에서 YCC의 상한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머금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0.4%하단에서 꿈쩍도 하지 않던 일본 10년 국채 금리가 어느 새 0.47%까지 밀려올라왔네요. 이슈가 되었던 일본 중앙은행 부총재의 코멘트를 인용합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는 현 시점에서의 이차원(異次元) 완화의 재검토는 부정했으나 장단기 금리 조작(일드 커브 컨트롤·YCC)에 대해서는 향후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중략)
특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는 "0.1%의 금리 인상"이라고 해, "만약 해제한다면 실물경제 측면의 수요를 억제해 물가 상승을 막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현재의 경제 물가 정세로 볼 때 그러한 판단을 하기에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장단기 금리 조작에 대해서는 향후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장단기 금리 조작의 운용에 대해 "금융완화를 잘 지속한다는 관점에서 계속할 것"이라는 의향을 나타내는 한편, "시장 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금융 중개 기능과 시장 기능을 배려해 "균형을 잡아 판단하고 싶다"며 장래 재검토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중략)”(뉴시스, 23. 7. 7)
첫 문단에서 YCC의 조정 가능성을 읽을 수 있죠. 두번째 문단을 보면 여전히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하기에는… 특히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기에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장기 금리를 묶어두는 YCC의 조정 가능성은 세번째 문단에서 확인할 수 있죠. 지난 12월 YCC를 바꾼 이유가 YCC로 인해 일본 국채 시장이 마비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죠. 세번째 문단을 보면… YCC가 시장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인정했다고 나오네요.. 네.. 그래서 7월 말 YCC변경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는 듯 합니다.
이번 달 말은 참 드라마틱할 듯 하네요. 연준 금리 인상에 ECB의 추가 인상, 일본의 YCC검토와.. 그 다음 주 호주중앙은행 금리 결정까지.. 그리고 빅테크의 실적 발표까지 겹치니까요. 스압이 되는 관계로 일본 얘기 못다한 부분은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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