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죠. 우선 이미 각 IB들의 예상치나 클리블랜드연은의 인플레이션 예측치 등을 통해 시장에 알려졌던 것처럼 이번 소비자물가지수는 3.1~3.2%로 3%대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 예상치를 소폭 하회한 3.0%로 발표가 되었구요… 우려를 모으고 있는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4.8%로 지난 달 5.3%보다는 큰 폭 하락했죠. 개인적으로는 3.0%의 헤드라인 물가보다는 4.8%의 근원 물가에 시장이 보다 환호했다고 생각합니다. 근원 물가는 진짜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여기서 밀려내려가는 모습이 보이니.. 머지 않은 미래에 물가의 안정을 볼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면서 미국의 장단기 금리는 모두 하락했구요… 달러화는 그야말로 급전직하했죠. 달러원 환율은 1270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았고 한 때 달러 당 145엔 수준으로 올라왔던 달러엔 환율도 138엔까지 하락했고 달러인덱스는 간신히 100포인트를 지켰습니다. 달러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인다는 기대 때문일까요.. 국제유가는 배럴 당 75불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수개월 래 최고 수준으로 밀려올라왔죠.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는 금리 하락의 수혜를 보다 크게 받는 빅테크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나스닥은 연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물가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아도 되는 것일까요..
일단 이번 물가 안정세는 당연히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만… 이제 다음 번 물가 발표부터는 역기저효과가 사라짐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듯 합니다. 지난 해 6월 9.1%로 고점을 기록했던 물가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았죠. 9.1%에서 3.0%까지 1년 만에 거의 1/3토막이 난 겁니다. 여기에는 유가 하락의 효과가 매우 컸는데요… 지난 해 5~6월 배럴 당 140불을 넘어섰던 유가가 한 때 65불 수준까지 거의 60%가 하락하며 헤드라인이 주저앉는데는 상당한 영향을 주었죠. 일단 다음달부터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전년의 고점과 비교를 해야 하구요… 유가를 기준으로 보면 배럴 당 100불 언더의 국제유가와 현재의 국제유가인 75불을 비교해야 합니다. 140불에서 65불로의 낙폭이 아니라… 100불에서 75불의 낙폭으로 전환이 되죠. 통계의 착시이긴 합니다만 에너지 사이드에서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상당 수준 완화가 되는 것이죠. 만약 여기서 유가가 더 올라간다면… 다소 골 때리는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물가 예측에 참고를 하는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보면.. 7월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헤드라인은 3.35%로, 그리고 근원물가는 4.9%로 나오고 있죠. 이번 달 발표된 3.0%와 4.8%대비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해 6월 물가 발표 이후 물가가 꼬리를 말고 올라가는 첫 달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역기저효과를 넘는 물가의 안정세를 보여줘야 하는데요… 임대료와 임금 등… 끈적한 물가 요인들이 완화되는지 여부가 보다 중요해질 듯 합니다.
애니웨이.. 이번의 고무적 물가 발표를 보면서 시장은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했다고 생각하는 듯 하구요… 연준은 워워워… 아직 전혀 아냐.. 라고 말하고 있죠. 우선 리치몬드 연은의 바킨 총재는 여전히 물가가 높다면서…. 여기서 고무적이라고 환호를 하게 된다면 물가가 재차 밀려올라가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하죠. 저 역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실제 전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캐나다의 경우도 3,4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에 물가가 꼬리를 말아 올리니까 6,7월 연속 금리 인상을 한 바 있죠. 호주 역시 비슷한 케이스였습니다. 달러 약세는 수입 물가의 상승을, 금리의 하락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긴축 효과의 제한을, 그리고 최근 나타나는 유가 상승은 헤드라인에 부담을 줄 수 있죠. 여기에 역기저효과가 풀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 6월의 물가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기에는 이르다는 의미입니다.
고무적인 미국의 물가 발표 속에서도 꿋꿋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캐나다의 변을 잠시 들어보시죠.
“캐나다 중앙은행은 초과 수요와 높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보다 더 지속적이라면서 금리 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소매판매와 다른 경제 지표를 고려했을 때 초과 수요는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2%대 CPI를 향한 중앙은행의 진전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중략)
CPI는 향후 12개월 동안 3% 부근에 머무르고, 2025년 중순이 되어서야 2%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기존에 CPI가 2%대로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던 내년 말에 비해 더 늦춰진 시점이다.”(연합인포맥스, 23. 7. 13)
첫문단에서는 초과 수요가 끈질기다는 얘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가 상승률 둔화가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는 점을 봐야죠. 두번째 문단에서는 2%대의 물가 목표로 되돌리는 시기가 기존 2024년 말에서 늦춰져서 2025년 중순으로 밀려간 것이죠. 캐나다 중앙은행이 쫄보라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물가가 상당 수준 낮아졌지만 끈적한 넘들과의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겠죠.
이런 분위기는 다소 매파로 알려진 카시카리 총재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합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고착화되면 정책 금리가 높아질 수 있고, 이는 자산가격을 낮추고, 은행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런 시나리오에서 정책 당국자들은 공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울지, 은행 안정성을 지지할지 선택해야 한다"며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목표의 상충 가능성을 지적했다.(중략)
그는 "감독당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현재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지속될 것으로 판명될 경우 지역은행들 사이에서 회복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인포맥스, 23. 7. 13)
지난 번 인용했던 메스터 총재 코멘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인플레 고착화에 대한 경계감을 연준 위원들이 상당 수준 갖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럼 생각보다 오래 인플레가 지속될 수 있는데.. 두번째 문단에서 이에 대비한 은행들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죠. 그럼 은행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고물가 고금리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자본을 더 많이 쌓아야 하겠죠. 그래서인지 이틀 전 마이클 바 연준 감독 담당 부위원장은 은행권의 추가 자본 확충을 말한 바 있습니다.
네. 전일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서 시장은 극단의 열정을 보여주는 듯 하구요… 연준은 인플레 장기화 및 고착화를 우려하며 극단의 냉정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양 극단 속에서 채권 시장은 갈팡질팡하고 있구요… 채권 금리라는 수비수를 묶어버리면서 자산 시장은 다시 한 번 뜨거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죠.
정해져있는 물가의 루트는 없습니다. 이걸 보면서 인플레 경계감을 풀면 언제든 다시 튀어오르면서 시장을 놀라게 할 수 있죠. 아직은 중앙은행이 냉정함을 유지하는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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