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는 왜 2%일까?
주말 에세이 전해드립니다. 현재 시장 분위기는 이런 듯 합니다. 물가가 생각보다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만들어지고 있죠. 그리고 지난 연초만 해도 대세처럼 굳어지는 듯 했던 3월 금리 인상 마무리 전망은 드랍이 되는 듯 하구요.. 6월 정도까지는 인상이 이어질 것이고 5.25%가 되건 5.5%가 되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라는 표현입니다. 요거이 제대로 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5%를 예상하고 있으면 5.25%에 놀라겠죠… 5.25%를 예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면 5.5%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 그래야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죠. 5%까지 금리를 올린다는 것.. 생각보다 엄청난 겁니다. 지난 40년간 이 짧은 기간에 이 정도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상당한 무리수를 둔 것인데요… 그래도 화룡점정으로 효과를 내고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소기의 목적, 즉 시장이 연준의 긴축 의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 연준은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물가를 보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수익”에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죠. 바닥에서 부터 말아올려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기회를 찾고 있죠.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오를 수 있는 연어들을 찾거나.. 혹은 그 환경이 살짝이라도 바뀔 것 같은 시그널을 찾거나…. 어려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장이 밀리다가도… 그 기대로 자가발전하면서 밀어올리는… FOMO와 손실혐오가 강렬하게 충돌하는 구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이 정도로 전해드렸구요… 주말 에세이인 만큼 조금 심도있는 말씀을 드려보죠. 지난 2월 말에 이런 기사가 떴죠. 실은 닉 티미라오스라구요…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인데.. 그 분이 트위터에서 클리블랜드 연은의 물가 전망에 대한 언급을 했었죠. 저도 그 얘기를 듣고 내용을 조금 트래킹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관련 기사가 연합인포에 떴는데요.. 그대로 인용합니다.
“23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연은과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1월 13일자 보고서에서 "2025년 말까지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이라며 "만약 연준이 지금의 목표대로 전념한다면 실업률은 더욱 상승하고, 깊은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랜달 베어부르그와 새이드 자만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우리 모델은 SEP 실업률 경로와 근원 상품 물가의 빠른 하락을 예상하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가 2025년 말에는 2.75%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더 길고,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명시한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업률이 1년 동안 7.4%까지 올라야 한다고 예상했다. 현재 실업률이 3.4%인 점과 비교하면 약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의 예상 인플레이션 경로를 달성하려면 깊은 경기 침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인포맥스, 23. 2. 24)
우선 인용문의 첫번째 문단을 보면 충격적인 표현이 나옵니다. 운 좋으면 올해 말에도 2%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던 물가가 2025년 말까지도 2%를 웃돌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네요… 참.. 그런 게 있습니다. 어떤 시험을 본다고 가정하죠.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어야 한다고 하면… 80점까지는 잘 올라오는데.. 그 이후 점수를 더 밀어올리는데 상당히 고전하는 경우가 많죠. 실제로 88점에서 한동안 머무르다가 정말 운 좋아야 90을 넘기거나 그런 일들도 왕왕 일어납니다. 변별력있는 문제만 남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구요… 사람들의 심리 자체가 이제 거의 다 왔다.. 라면서 기존까지 이어오던 그 독기어린(?) 스터디를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죠. 애니웨이.. 2% 물가 목표를 세워놓았는데.. 그 레벨까지 오려면 우리 생각보다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예상하고 있는 겁니다. 2% 물가 목표로 되돌리는 것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거니와.. 무리해서 그 레벨로 밀고 간다면 상당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문단에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뛰어올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상당한 충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엇비슷한 날짜에 미쉬킨이라구요.. 예전에 금융 위기 직전에 연준 이사를 하셨던 분의 연구가 나왔죠… 그 연구의 내용도 궤를 같이 합니다. 인용합니다.
“2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프레드릭 미슈킨 전 연준 이사와 스티븐 체케티, 마이클 페롤리, 피터 후퍼, 커밋 쉔홀츠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날 공저한 연구 보고서에서 과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 통화정책 조치를 분석해 연착륙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연구원들은 "침체 없이 중앙은행이 유도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완화)의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금리를 더 크게 올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본 모델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연준이 2025년 말까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로 상당히(significantly) 정책을 긴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3. 2. 25)
2025년 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요즘은 유행인가 봅니다.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긴축과 경기 침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이어가고 있죠. 쉽지 않네요.. 첫문단을 보면 연착륙 가능성이 작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여기서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연착륙과 화려한 비상은 다르죠..) 믿습니다만 이런 뷰들에는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물가 목표를 2%까지 달성하려면 추가적인 상당한 긴축을 해야 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상당한 긴축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지만.. 만약 그 초점을 앞으로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요… 네… 2%의 물가 목표를 바라보는 겁니다. 너무 힘들면… 90점까지 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우면 목표를 좀 조정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2% 물가목표가 무슨 금과옥조냐… 그거 바꾸자… 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2% 물가 목표가 92년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처음 도입한 이후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비슷하게 도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0년대 후반의 연준도 보면.. 2%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데요.. 다만 연준의 통화 정책 트랙을 따라가다보면.. 당시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2% 수준에 맞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실제 2%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금융 위기 이후 버냉키 의장 후반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 왜 2%인가…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요… 이게 경험적으로 확인한 것이지… 어떤 선험적인 기준으로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경제 성장을 키가 크는 것으로 생각하고, 물가가 오르는 것을 몸무게가 느는 것이라 생각해보죠. 키 크는 것은 좋지만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싫어하는 경향이 높죠. 그런데요… 이 추세가 이어지면 키 180센티미터에 몸무게 40kg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건 좀 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90년대 들어 세계 경제가 2~3%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자 이 레벨에서 적정한 물가의 상승률을…. (키 크는데 맞춰서 알맞게 늘어주는 몸무게의 레벨을) 2%로 보는 겁니다. 연준은 말하죠… 보니까.. 2% 수준 물가 목표가 해보니까 가장 좋은 것 같다구요.. 그래서 이 레벨을 목표로 정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금융 위기 이전에는요… 미국이 3%성장하기 위해서는 2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딱 좋다…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준이 20만개를 좋아하고 그 이상이면 긴축… 20만개 미만이면 속도 조절… 다만 명시적으로 얘기했던 적은 한 번도 없죠.. 참고입니다^^)
그리고 변화도 있었죠. 금융 위기 이후 물가가 하도 오르지 않으니까요.. 물가를 위로 잡아올리고 싶은 겁니다. 그러려면 0%를 물가 목표로 해서는 안되죠. 0%위로 올라왔는데 조금만 찍어누르면 바로 마이너스 물가, 즉 디플레이션이 되니까요.. 그래서 디플레이션으로 너무 가기 싫어서… 그 버퍼로 2%를 물가로 둔 면도 분명히 있죠. 이건 일본 디플레이션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그래서요… 물가가 진짜 왜 이렇게 안오르지.. 무슨 블랙홀처럼 계속 디플레로 빨려 들어가지… 라는 고민을 하던 2016~17년 당시에도 물가 목표 2%를 3%수준으로 올리자.. 라는 얘기가 연준 내에서 진지하게 회자되기도 했었답니다.
엥? 인플레가 넘 과한 지금이 아니라.. 디플레 기대가 강했던.. 인플레를 꿈꾸던 당시에 왜 물가 목표를 상향하고 싶어하지?? 라는 궁금증이 생기실 수 있습니다.(저만 그런가요..ㅎㅎ) 진짜거든요.. 기사 인용합니다.
“옐런 의장, ‘2% 물가목표’ 상향 가능성 제기… ‘언젠가 재고’”(연합인포맥스, 17. 6. 15)
“옐런 의장, ‘2% 물가 목표 상형 조정에 대한 논의 없다’”(연합인포맥스, 17. 7. 12)
“샌프란시스코 미 연은 총재, ‘물가목표 더 높게 잡아야’”(뉴시스, 16. 8 .16)
“옐런, 물가 목표 2%.. 상향 조정 없어”(연합인포맥스, 16. 3. 17)
16년부터 17년 기사 타이틀 몇 개를 인용한 건데요.. 당시 옐런 연준 의장이 2% 물가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하나.. 라는 주장에 대해서 선을 긋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죠. 아직은 시기상조다.. 라구요… 상향조정은 되지 않았지만 저런 기사들이 나온다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당시에도 상향 조정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왜 인플레가 전혀 없던… 디플레 국면에서 저런 얘기가 나왔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이죠.. 물가가 간신히 올라옵니다. 그렇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이 없죠… 이렇게 간신히 물가가 올라오면 뭐해… 2%만 넘으면 바로 연준에서 금리 인상 폭격해서 금새 밑으로 찍어눌러버릴텐데… 라구요… 올라가면 뭐하니.. 내려올텐데… 라는 생각에 시장에서는 인플레 기대감이 쉽사리 생겨나기 않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 목표를.. 3%에서 때릴게로.. 바꾸면 2%만 되어도 몸사리던 시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물가 목표 상향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거죠.
이런 긴 히스토리를 얘기해드리는 이유.. 결국 물가 목표라는 건 금과옥조는 아니라는 겁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무언가라고 보실 수 있죠. 그렇지만 정책을 바꾸더라도 시기가 중요할 겁니다. 월드컵 결승전 직전에 골대 크기를 바꾸거나 축구의 룰을 바꾸는 건 넌센스죠. 월드컵 끝난 다음에 바꿔야 쓸데없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겁니다. 홍길동이 제도를 정하는 사람인데.. 자기 아들이 대입 시험 보는 데 그 때 제도를 변경한다고 하면 온갖 얘기들이 난무하게 되겠죠. 물가가 높습니다. 연준은 그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가 있느냐.. 그리고 잡을 능력이 있는거냐.. 라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여기서 물가 목표를 바꾸게 되면… 미안한데.. 90점이 아니라 80점으로 바꾸면 안될까.. 라는 고백을 던지는 순간부터 시장은 물가 잡기에 대한 의지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그리고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되려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겠죠.
“미 연준 이사, ‘2% 인플레이션 목표, 높일 가능성 없다’”(조선비즈, 23. 2. 28)
“이창용, ‘금리 인하 시기 상조.. 물가 2% 목표 확인해야’”(조선비즈, 23. 2. 23)
“연준, 급브레이크 밟을 위험…’경제 부수지 않으면 2% 불가’”(서울경제, 23. 2. 18)
“래리 서머스, ‘연준 인플레 2% 목표가 새로운 문제 야기할 것’”(포츈코리아, 23. 2. 10)
당장은 2% 목표를 바꾸지는 않을 듯 합니다. 다만 금과옥조가 아닌 이상 일정 수준의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가가 다 내려오고 난 다음이겠지… 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코로나 끝나지 않아도 마스크 벗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면…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을 모두가 공감하면 그 땐 코로나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죠… 중요한 건 사회적인 공감과 명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런 공감이 형성되지 않은 듯 합니다. 물가 목표의 변경,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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